남녀임금 격차 둘러싼 논쟁
최근 세계 곳곳에서 '남녀 임금 차별'을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영국에선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을 폭로하는 '페이 미투(PayMeToo)' 운동이 벌어졌고, 스위스에선 자신의 얼굴과 함께 직업, 월급을 공개하는 '임금 셀피(Selfie)' 열풍이 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년 '남녀 임금 격차' 통계에 따르면 OECD 36개국 평균으로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13.8%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86만2000원밖에 못 번다는 얘기다. 낸시 펠로시(가운데)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2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동일 임금의 날(Equal Pay Day)'을 맞아 연설을 하고 있다. 동일 임금의 날은 전년의 남녀 임금 차이를 추정한 후, 여성이 그해에 며칠을 더 일해야 전년의 남성 임금과 같아지는지를 따져서 남녀 임금 격차를 되새기는 날이다. /AFP연합뉴스 남녀 임금 격차가 '성(性) 차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건 논란의 여지 없는 자명한 사실처럼 보인다. 그런데 많은 경제학자가 남녀 임금 격차가 '성 차별'보단 근무시간, 근속 기간, 업종, 전공, 학력 등 다른 수많은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남녀 임금 격차의 근본 원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작위 배치되는 우버 기사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번다는데 존 리스트 시카고대 교수를 비롯한 미국 경제학자들은 남녀 임금 격차를 연구하면서 차량 공유 업체 '우버(Uber)'에 주목했다. 우버 운전사들의 임금 결정에 성별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승객이 앱으로 탑승을 요청하면 우버는 무작위로 승객과 운전사를 연결해준다. 연결된 뒤엔 운전사 성별을 알 수 있지만, 연결을 취소하면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여자란 이유로 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운임도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시간으로만 결정된다. 이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우버 운전사들의 시간당 임금은 남녀가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성이 더 많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이들이 2015~2017년 우버 데이터 7억4000만건을 분석한 결과, 우버 운전사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시간당 7% 더 적게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은 무작위로 배치되는 우버 기사도 남녀 소득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주행 속도'가 임금 격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남성이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2.2% 더 빠르게 운전하기 때문에 시간당 더 많은 거리를 운행할 수 있고 수익도 높았다. 둘째는 경험의 차이였다. 6개월 내 우버 운전사를 그만두는 여성의 비율은 77%로 남성(65%)에 비해 훨씬 높았다. 근속 기간이 같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5시간 더 길었기 때문에 운행 경험이 더 많았다. 운행 경험이 많으면 소득도 높았다. 마지막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수요가 많고 대기 시간이 적은 시간대와 장소를 선택했다. 여성은 수익이 좋은 심야 시간대나 술집이 몰려 있는 장소를 기피했다. 연구에 참여한 레베카 다이아몬드는 '프릭이코노믹스'란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 연구의 요지는 남성과 여성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런 차이점을 통제한다면 (남녀는) 똑같이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에서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발렌틴 볼로니 등은 매사추세츠만 교통공사(MBTA)에서 일하는 기차·버스 운전사의 2011~2017년도 데이터를 분석했다. MBTA에서는 남녀가 시간당 동일한 임금을 받고, 연공서열에 따라 근무 일정과 휴가, 시간 외 근무 등에 대해 동일한 선택권을 갖는다. 그런데도 주급 기준으로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0.89달러밖에 벌지 못했다. 연구팀은 출퇴근 기록 카드와 일정표 등을 분석해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선택'에 의해 발생한다고 결론 내렸다. 남성은 여성보다 기본급의 1.5배를 받을 수 있는 초과 근무를 83% 더 했으며, 갑작스러운 시간 외 근무에 나설 가능성은 두 배 더 높았다. 여성들은 근무 일정을 정할 때 주말, 휴일, 분할 근무를 남성보다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육아·출산 페널티가 남녀 간 임금 격차 불러" 시카고대와 하버드대 연구는 남녀 임금 격차가 남성과 여성 각자의 '선택'에서 비롯됨을 시사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성향이 다른 남녀가 그저 다른 선택을 하는 바람에 임금 차이가 생겼다면 굳이 바로잡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환경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면 어떨까. 돈을 덜 버는 일자리나 근로 형태를 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지난해 헨릭 클레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연구팀이 1980~2013년 사이 덴마크 모든 인구의 행정 자료를 분석한 연구는 그런 가능성을 시사했다. 덴마크는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성 평등 지수가 100점 만점을 기록할 정도로 양성이 평등한 나라다. 보육과 육아 지원에 있어서도 가장 선진적인 제도를 갖고 있다는 평가다. 연구팀이 덴마크 남녀 노동자들의 임금 변화를 추적한 결과 실제로 동일한 연령과 직종 경험, 교육 수준을 가진 덴마크 남녀 간에 임금 격차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출산을 기점으로 남녀 간 임금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이를 '출산·육아 페널티'라고 했다. 출산 후 예상되는 육아나 가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직이나 퇴직을 선택하거나, 임금은 낮지만 더욱 육아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해주는 저임금 일자리로 자발적 이직한다는 것이다. 이런 페널티는 출산 후 20년이 흘러도 지속됐다. 출산 후 20년이 지나면 여성의 남성 대비 노동시간 참가율이나 노동시간은 점차 회복됐지만, 시간당 임금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연구팀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발생한 부담을 노동 강도의 조정을 통해 흡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5/20190415000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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